여행이나 출장처럼 집을 비우는 상황에서 가장 불안한 지점은 “내가 없는 동안에도 아이가 평소처럼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까”입니다. 시터를 잘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시터가 실수 없이 돌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정리해 전달하는 과정이 사고 가능성을 크게 줄입니다.
이 글은 특정 서비스나 방식에 대한 추천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 정리의 기준과 전달 방법을 정리한 안내입니다.
왜 ‘상세한 안내’가 중요한가
반려동물 돌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대개 “나에게는 당연한 루틴”이 “시터에게는 알 수 없는 규칙”일 때 발생합니다. 사료 양이나 산책 시간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뿐 아니라, 예민한 트리거(소리, 낯선 사람, 손길, 특정 물건), 숨는 습관, 배변 신호 같은 정보는 전달되지 않으면 시터가 추측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시터가 잘 돌보겠지’라는 기대만으로는 빈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돌봄의 품질은 시터의 성의뿐 아니라, 보호자가 제공한 정보의 구조화 수준에 의해 좌우되기도 합니다.
시터에게 꼭 남겨야 하는 핵심 정보
아래 목록은 “정보가 없으면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가능하면 한 장(또는 한 화면)에서 확인 가능한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프로필
- 이름(호칭), 나이(대략), 성격 요약(낯가림/식탐/경계심 등)
- 건강 이슈(알레르기, 피부/관절, 지병 여부), 최근 특이사항(구토/설사/식욕 변화 등)
- 마이크로칩/인식표 여부(가능하면 번호, 등록 정보 확인 여부)
식사·간식·물
- 급여 시간대(예: 아침 8시 전후), 1회 급여량(계량컵/그램 기준)
- 간식 허용 범위(종류/횟수/상황), 금지 식품(사람 음식 포함)
- 물그릇 위치, 물 교체 주기, 물을 잘 안 마시는 편인지
배변·산책·활동
- 산책 루틴(횟수/시간/코스), 실내 배변 여부
- 배변 신호(빙빙 돌기, 문 앞 대기 등)와 실수 시 대처(혼내지 않기 등)
- 활동량(짧게 자주 vs 한 번에 길게), 놀이 선호(장난감 종류)
행동 특성(가장 중요할 수 있음)
- 싫어하는 접촉/상황(발 만지기, 안아 올리기, 갑작스러운 손 등)
- 리드줄·하네스 착용 시 주의점, 문 열릴 때 돌진 여부
- 낯선 사람/다른 동물에 대한 반응(흥분, 짖음, 얼어붙음 등)
- 분리불안/혼자 있을 때 행동(울음, 물건 파손, 문 긁기 등)
약·케어(해당 시)
- 약 이름(일반명/처방명), 용량, 시간, 투약 방법(간식에 섞기/직접 투약)
- 투약 실패 시 원칙(억지로 넣지 않기, 보호자에게 먼저 연락 등)
- 눈/귀/피부 관리가 있으면 주기와 방법(영상/사진 가이드가 있으면 도움이 됨)
정보를 ‘오해 없이’ 전달하는 방식
정보가 많아질수록 전달 방식이 중요해집니다. 시터가 급한 상황에서 바로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적어야 합니다.
| 전달 방식 | 장점 | 주의점 | 추천 활용 |
|---|---|---|---|
| 인쇄물(집에 비치) | 휴대폰 없이도 즉시 확인 가능, 비상 시 강함 | 업데이트가 번거로움 | 응급 연락망, 약/급여 핵심, 집 규칙 |
| 문서(구글 문서/메모) | 수정·공유 쉬움, 사진/링크 첨부 가능 | 인터넷/계정 접근 이슈 | 상세 루틴, 행동 특성, 사진 가이드 |
| 체크리스트 | 실행 누락을 줄임 | 너무 길면 읽지 않게 됨 | 하루 루틴(급여/산책/청소) 요약 |
| 짧은 영상/사진 | 설명보다 오해가 적음(하네스 착용 등) | 파일 찾기 어려우면 무용지물 | 목줄/하네스, 약 먹이는 방법, 자동급식기 사용법 |
특히 행동 관련 정보는 “이럴 수 있다”보다 관찰 가능한 신호로 써주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예민함” 대신 “손이 머리 위로 지나가면 몸을 낮추고 뒤로 빠짐”처럼요.
집과 용품, 동선까지 포함해두면 좋은 내용
시터가 처음 방문하는 공간이라면, 반려동물 정보뿐 아니라 집 안 동선과 물건 위치도 돌봄 품질을 좌우합니다. “찾는 데 시간이 걸리면” 그 사이에 문틈 탈출이나 사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사료/간식/약/배변패드/청소도구 위치(가능하면 사진)
- 리드줄·하네스·입마개(해당 시) 보관 위치와 착용 순서
- 현관·베란다·창문 등 탈출 위험 지점과 잠금 방법
- 금지 구역(침실, 아이 방 등)과 이유(알레르기, 물건 파손 위험 등)
- 쓰레기 처리 방식(배변봉투, 음식물, 일반쓰레기 분리)
- 집 안 CCTV/센서가 있다면 “존재 여부와 목적”을 사전에 투명하게 안내(프라이버시 오해 방지)
응급 상황 대비: 연락망과 의사결정 기준
응급 상황에서 가장 큰 혼란은 “누가 결정할 수 있는가”입니다. 시터가 혼자 판단해야 하는 구간을 최소화하도록, 연락망 + 기준을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응급 연락망(최소 구성)
- 보호자 연락처(가능하면 2개: 전화/메신저)
- 보호자 부재 시 대리 연락처(가까운 가족/친구/이웃)
- 주치의 동물병원 정보(이름, 전화, 주소)
- 24시간 응급 동물병원(가까운 곳 1~2개)
의사결정 기준(예시 문장으로 적어두기)
- “호흡이 이상하거나 의식이 떨어지면 바로 응급병원으로 이동하고, 이동 즉시 연락”
- “구토/설사가 1~2회 정도면 먼저 사진/상황 공유 후 지시를 기다림”
- “먹으면 위험한 물질을 섭취한 의심이 있으면 즉시 병원/상담기관에 문의”
반려동물 재난 대비 자료를 참고해 의료기록 사본, 최근 사진, 접종 기록 등을 함께 준비해두는 방식도 널리 권장됩니다. 반려동물 응급 대비에 대한 일반 안내는 ASPCA의 재난 대비 안내, Humane World의 반려동물 재난 대비 자료에서 큰 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터에게 남길 “필수 항목”을 정리해둔 자료로는 AAHA의 시터 안내 항목 정리가 참고가 됩니다.
경계선 설정: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적는 이유
“무엇을 해달라”만큼 “무엇은 하지 말아달라”도 중요합니다. 시터는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지만, 반려동물마다 위험도가 높은 행동이 다릅니다.
- 문 열고 물건 받기/택배 응대 시: 먼저 반려동물을 다른 방에 안전하게 격리
- 낯선 사람과의 접촉: “안아보기/손 내밀기” 금지 등 구체적으로
- 산책 중 인사: “다른 개와 인사 금지” 또는 “거리 유지” 같은 원칙
- 장난감/간식: 삼킴 위험이 있는 물건 금지(해당 시 목록화)
- 벌/해충 약품, 방향제, 특정 청소용품 등: 사용 금지 또는 사용 구역 제한(해당 시)
경계선을 적는 것은 시터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예상 가능한 위험을 제거하는 설계”에 가깝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터가 추측하지 않도록 돕는 장치가 됩니다.
참고할 만한 공신력 있는 자료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다면, 아래 자료를 참고해 “내 집 상황에 맞는 체크리스트”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리
시터 준비의 핵심은 “성의 있는 장문”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급여·약·행동 특성·응급 연락망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만들면, 시터도 편하고 반려동물도 안정적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어떤 방식이 정답이라기보다, 내 반려동물의 특성과 환경을 기준으로 오해를 줄이는 전달 설계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독자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형태(인쇄물+문서+체크리스트)를 조합해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